임산부 출산체험기 아이를 진정으로 받아들이게 한 요가(노원지원 황유정 회원님 수련체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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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2,037회 작성일 18-01-31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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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그랬듯이, 역시 인생은 계획대로 되지 않는 법이다. 올 4월에 태어날 우리 복덩이(예쁜 우리 아가의 태명입니다^^)와의 만남도 예기치 않은 순간에 다가왔다. 서른여섯이란 꽤 늦은 나이에 결혼한 탓에 자녀 계획을 일찍 세우긴 했지만, 그래도 신혼 생활을 어느 정도는 누려볼 심산이었다. 하지만 결혼한 지 한달만에 아이가 들어서고 말았다. 달콤한 신혼 생활은커녕, 유난히 심한 입덧에 몸무게는 쑥쑥 빠져나갔고 하혈까지 하였다. 보약도 먹고 요가도 하면서 서서히 임신을 준비하려던 애초의 계획은 그냥 계획으로 끝나고 만 것이다.

가능한 움직이지말고 조심하라는 의사의 지시대로 거의 두문불출하며 수개월을 보낸 뒤 운동을 시작해도 좋다는 말을 들었다. 얼마나 갑갑했던지 쾌재를 부르며 요가 학원을 찾아나섰다. 요가라면 나의 이 답답한 몸과 마음을 시원하게 풀어주지 않을까하는 기대가 있었다.

사실 내가 요가를 접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요가는 대학 시절 이후로 내가 지치고 힘들 때마다 시원한 샘물처럼 나를 맑게 씻어주곤 했다. 사회 진출을 앞두고 미래에 대한 전망이 불투명하게 느껴질 때, 직장 생활에 짖눌려 있을 때, 중대한 결심으로 회사를 나와 유학을 준비하면서 회의에 젖어들 때....... 이런저런 이유로 삶이 버거워 바둥거릴 때마다 나는 요가를 찾았고 요가는 내게 위로라는 선물을 주었다. 그리고 그 어느때보다 요즈음 나는 요가를 통해 특별한 평화를 느낀다.

결혼 생활에 미처 익숙해지기도 전에 다가온 임신은 기쁨에 앞서 불안과 걱정을 가져다주었던 게 사실이다. 유산기로 인한 활동의 제약, 경제적인 문제, 시댁과의 갈등 등으로 나는 뱃속의 아이에게 안좋다는 걸 알면서도 툭하면 사람들과 시비가 붙어 앙앙거리곤 했다. 마치 몸과 마음에 바늘이 돋은 것처럼 예민하고 날카롭기 이를 데 없었다. 그러다 마음이 가라앉으면, 나는 새삼 뱃속의 아이에게 죄책감이 들곤 했다. 난 엄마의 자격이 없는 것 같아... 자책을 하면서 말이다.

이런 불안정한 나를 진정시킨 건 역시 요가였다. 요가를 할 때, 나는 아이를 온몸으로 느낀다. 원장님의 지도를 따라 긴장을 풀며 이완하는 순간, 아이는 마음껏 뛰놀고 나는 아이가 얼마나 즐거워하는지를 깨닫는다. 그리고 우리는 조곤조곤 대화를 나눈다. 나는 아이가 무엇을 원하는지를 들으려 애쓰고 아이 또한 그러리라 믿는다. 한편 아이를 잘 맞이하기 위해 쉽지만은 않은 요가 동작 하나하나를 이루어내며, 나는 뿌듯한 자신감도 느끼곤 한다. 요가를 통해, 아이에게 줄 수 있는 최상의 선물을 비로소 찾았다고나 할까.

요가는 내 몸과 마음을 열어 아이를 받아들이게 했고, 우리의 영혼을 하나로 연결시켜 주었다. 그만큼 내 영혼이 깨끗해야 아이의 영혼도 그렇게 될 수 있을 것이다. 명상을 많이 해서 아이의 정신을 맑게 해주라던 원장님의 말씀--그래야 아이가 똑똑해진다고도 하셨다--이 바로 그 뜻이려니 싶다. 엄마와 아이를 수정처럼 맑게 해주는 요가, 이보다 더 훌륭한 태교가 있을까.
 

[이 게시물은 zenyoga님에 의해 2020-06-04 13:46:30 수련 체험기에서 이동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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