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산부 출산체험기 [노원]만 3년만에 출산후기를 쓰게 되어 기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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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2,591회 작성일 18-02-01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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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부터 겁이 많아 출산 고통에 대한 두려움이 남달랐고, 독신으로 살아야겠다고 결심했던 철없던 시절이 지나고 뒤늦게(36세) 지금의 남편을 만났고, 그 기쁨도 잠시 우리에겐 아이가 생겼습니다. 기다리던 아기도 아니고.. 큰 축하도 기쁨도 없었지만 기특한 아기는 힘든 입덧을 이겨내 주었지만 낯선 몸의 변화와 무지함으로 막연하고 우울한 하루하루를 보냈습니다. 극복해보려고 출산 3개월 전 쯤 아기와 나를 위해 임산부 전문 요가학원을 찾다가 노원에 등록을 하였습니다..



부담 없는 동작보다, 낯설고 어려운 것은 선생님(스님)의 한결 같은 말씀이었습니다.

“몸이 아닌 마음으로 느껴주세요..고관절, 허벅지, 무릎, 종아리, 발바닥..자극에 끌려가지 말고 베게에 몸을 맡겨주세요...흐르는 물위의 낙엽처럼 자극에 저항하지 말고 몸을 놔주세요..어깨에 힘을 빼고..고관절..고관절.....” 도대체 고관절이 어딘지 끝나는 날 까지도 짐작만 할뿐 답답했습니다..



그렇지만 수업 시간 전후와 동작 틈틈이 어디서도 들을 수 없는 많은 말씀들은 큰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뱃속에만 있지 존재감이 없는 아기의 입장을 너무 잘 설명해 주셔 듣다 울기도 하였습니다. 내안에 나보다 더 큰 고통을 이기고 나오고 싶어 하는 생명체가 있다는 것을 깨우쳐 주셨고,. 그 아기를 느끼게 해주셨고, 그 아기가 하루 빨리 건강하게 나오라고 기도하고, 아기와 대화도 하고 더욱 사랑을 느끼게 해 줄 수 있었습니다.



가장 힘든 건 가슴 아래 베게를 놓고 한참을 버티는데 머리가 아프고 속도 안좋고.. 다른 산모들은 잘 따라가는 것 같은데 너무 너무 힘들어 안간 날도 있답니다. 이걸 참으면서 꼭 해야 하나... 밀가루를 많이 먹고 무엇보다 꾸부정한 생활 자세와 오른쪽으로 치우친 행동 습관이 큰 문제라는 걸 선생님께서 지적해주셔 바로 잡을 수 있었고 마지막 달 쯤 베게 호흡이 편해졌습니다.



출산일이 다가와 격려인사를 받으며 헤어지는 산모들을 보면, 내 차례가 멀지 않아 막상 두려워지곤 했는데, 막달이 되어 남편과 함께 원장님 출산 지도를 받으러 갔습니다. 아기를 낳을 때 악 소리 없이 몸에 힘을 주지 않아야 아이가 잘 나올 수 있다는 믿을 수 없는 이론과 그 이론대로 만삭의 산모들의 높은 배가 가슴 아래에서 배꼽아래까지 움직이는 모습을 보고도 믿을 수 없었습니다.



출산 예정일 병원에 가니 아기가 아기 머리가 10cm가 넘고, 3.6kg정도 된다며 2주 안에 소식이 없으면 수술 날짜를 잡아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자연분만을 하고 싶었는데 수술 하게 될까봐 맘 조리며 기다리다 일주일 뒤, 토요일 오후에 양수가 터졌습니다. 병원에서 감염 위험이 있다고 어서 오라고 해서 가족 분만실에서 미리 입원 준비를 하고, 작은 진통으로 밤을 지나고 아침 7시에 유도 분만을 시작했습니다. 그때부터 상상하지 못한 아픔이 3분 이내로 찾아 오기 시작했습니다. 남편도 옆에 함께 앉아 몸에 오는 진통 그래프를 보며 저에게 “온다 온다..몸에 힘 빼고..”라고 신호를 주면, 저절로 힘을 주게 되는 온몸의 힘을 빼고 아래쪽으로 기운을 몰아 내렸습니다.



간호사도 배를 밀고, 무통 주사를 2대나 맞고, 남편과 호흡을 맞춰 이완 호흡하여 아이를 내리고, 오후 3시쯤 되니 의사 선생님이 들어오셔 힘을 주라고 하셨지만 10번도 넘게 시도하여도 아기 머리가 보이기만 할뿐 힘이 모자르다고 하십니다. 가장 걱정했던 자연 분만 하다가 수술로 넘어가는 상황이 될까봐 걱정하는데, 간호사가 옆에서 “수술 준비 할까요?” 라고 하는데 의사선생님이 “한번만 더 해보고,,” 라며 힘을 다시 주라고 파이팅 해주시고..15시 38분 죽을 힘을 다하는데 뭔가 물컹 하고 나갑니다..“

응애~응애~” 우렁찬 우리 아기 울음소리였습니다. 41주 만에 3.78kg의 사내아기였습니다.



간호사들이 배가 너무 위에 있어서 수술 할 줄 알았다며 잘했다고 칭찬을 해주었습니다. 밖에 5명도 넘는 산모들이 들어왔다가 나가는 동안 소리 한번 안지른 사람은 저밖에 없더라구요. 머리가 커서인지 마무리 매듭도 오래 걸리고, 출혈이 커서 수혈을 반나절을 받았고, 하루를 어지러워 서지도 못하고, 다른 산모들과 달리 조리원에서 2주 동안 잘 앉지도 못했지만 자연분만 성공한 내 자신이 매 순간 자랑스럽고, 요가 선생님들께 감사하는 마음이 넘쳤습니다. 다른 산모들처럼 빨리 후기를 쓰고 싶었는데 만 3년이 지나 둘째를 갖고 이제야 글을 올리네요.



요가시간에 배웠던 모든 것들이 출산 후 반전 영화처럼 하나씩 이해가 갔습니다. 왜 베게에 몸을 맡기고 어깨에 힘을 빼고.. 이젠 수업시간에 모든 말씀이 실전이었다는 것을 하루하루 실감하며, 둘째라서 소흘 했던 태교를 또 요가학원에 와서 시작합니다.



단언컨대, 아기를 낳는 기술이 있고, 기적과도 같은 그 방법은, 이완호흡으로 가능하고,

아기가 나올 때 엄마가 해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란 것을 큰소리로 외쳐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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